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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오래 전엔 글자가 없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우리의 말을 만든 분이 세종대왕으로 알고 있는데, 정정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종대왕과 집현전의 학자들 께서는 우리 말을 만드신 것이 아니고, 글자가 없어 어려운 한자를 빌려서 쓰거나(양반들), 무지하게 살아가는 백성들을 가여이 여겨 글자를 만들어주신 분들입니다. 양반들은 사대부정신으로 한글이 확산되는 것을 막았고, 천민들이 쓰거나 여인들이 쓰는 글로 업신 여겼습니다. 무엇이든 박해하면 할 수록 더 강하게 살아남고자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한글은 오늘날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90년 대까지는 우리 글에는 한자가 자주 등장했습니다. 특히 신문을 읽을 때는 항상 한글 뒤에는 괄호가 있고, 한자가 적혀있었습니다. 어떤 책은 한자를 소리나는 대로 한글로 적은 것이 아니라, 그래도 한자를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외국어 읽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한자(漢字)를 알아야 한다고 느껴서 한자능력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들이 많았었습니다. 저는 한자랑 친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까 매번 떨어지고, 돈 만 날린 경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밀레니엄millennium(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시기, 서기 2000년)이 지나고 주위에 한글과 한자(漢字)를 같이 쓰거나 한자가 섞여있는 모습은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한자는 빠빠이 되었죠.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자는 우리 삶에서 완전히 떼어낼 수는 없습니다. 우리말의 대부분이 한자로 이루어져 있고 표기는 한자의 음으로 표기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는 우리가 문법을 익힐 때 자주 듣는 말입니다.
문법文法에는 명사名詞, 대명사代名詞, 동사動詞, 형용사形容詞, 부사副詞 등이 있습니다.
이 와 같이 문법의 뜻을 이해하려면 한자의 뜻을 알면 쉽습니다. 문법은 글월 문文, 법 법法을 쓰기 때문에 글의 법, 즉 글을 짜고 꾸미는 법을 뜻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한글로 글을 적고 있다고 해도 원래는 한자였던 경우가 많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한자를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자의 음을 우리가 부르던 방식의 음으로 쓰면 되니까요. 文法이란 한자를 우리는 '문법'이라고 읽지만, 일본에서는 분뽀오ぶんぽう라고 읽습니다. 중국에서는 웬파아wénfǎ 라고 읽는다고 합니다.
한자를 읽는 것은 많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자주 보면 읽는 것 쯤이야, 하지만 적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쓰는 것도 복잡하고, 자주 쓰지 않으면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말이나 영어처럼 발음 나는 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한자는 그야말로 글자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나름 조합하기도 하지만 그 조합한 글자도 새로운 글자라고 생각하시면 되기에 외워야 할 글자가 많습니다. 결론은 어렵다라는 거죠. 한자의 원래의 생김새, 번거로운 그 글자를 번체자(繁体字)라고 합니다.
어느센가 이 복잡한 한자들을 일상생활에 사용하기에 불편함을 느낀, 중국과 일본은 최대한 간단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생활 적합형으로 번거로움을 줄이고 간단하게 쓸 수 있는 글자방식을 간체자(簡体字)라고 합니다. 우리 나라는 한자를 자주 쓰지 않기 때문에 간체자는 보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중국어나 일본어를 공부하신 분들은 당연히 간체자를 알고 계십니다. 저는 아직 중국어랑 친해지지 않았으니 일본어로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學校, 학교라고 읽습니다. 어릴 때는 열심히 외웠던 그 한자입니다. 간체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学校, 배울 학學이란 글자가 상당히 간단해졌습니다. 일본어로는 각꼬오がっこう라고 읽습니다.
元氣, 원기라고 읽습니다. 기운 기氣도 어릴 때는 엄청나게 열심히 외운 한자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간단하게 이렇게 변했습니다. 元気, 90년대인가? 2000년대인가 엄청 유행했던 LOVE LETTER라는 일본 영화에서 나왔던 유명한 장면이 있습니다. 하얗게 눈으로 덮인 벌판에서 여자 주인공이 외칩니다.
お元気ですか?「오겡끼데스까?」
私は元気です。「와따시와 겡끼데쓰.」
그래서 경끼를 일으키다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元氣는 일본어로 겡끼げんき라고 읽습니다. 경끼도 찾아보니 한자였습니다. 경기驚氣란 '어린아이에게 나타나는 증상 중의 하나, 경풍(驚風)을 뜻한다'라고 나옵니다.
會社, 회사라고 읽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생계를 위해서 다녀야 하는 곳입니다. 모일 회會라는 이 글자도 참 쓰기 번거롭습니다. 간체자는 会社라고 적습니다. 會라는 글자도 어릴 때 정말 열심히 외웠었는데, 이제는 会라는 글자가 더 친숙해졌습니다. 일본어로는 카이샤かいしゃ라고 읽습니다.
찾아보니 한자가 정말 많습니다. 우리는 간체자를 쓰지 않기 때문에 번체자랑 간체자를 다 알아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죠, 번체자 모른다고 살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다만 저처럼 이렇게 아는 척을 하려면 간체자랑 번체자를 다 아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많은 한자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부터는 그냥 간체자만 눈에 익혔기 때문에 한자를 엄청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에 매우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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